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이라 그런가, 나는 대부분의 브랜드의 ‘첫 경험’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꼬또네의 첫 경험은 몇 년 전 좋아하는 언니 오빠들과 1박2일 여행을 갔던 서촌에 위치한 썸웨어라는 숙소에서였다. 그날 밤엔 늦게까지 와인을 마시며 즐거운 대화를 나눈 터라 무척 들뜬 기분이었다. 내가 머물던 방엔 큰 침대가 2개가 있었고, 총 4명이 그 방을 함께 썼다. 잠자리에 예민한 편인데, 그날은 이상하리만큼 꿀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언니 나 너무 신기해. 원래 이런 상황에서는 푹 못 자는 편인데 어제 꿀잠을 잤네?”라고 말했더니 함께 잤던 언니들이 “나도 나도!!! 여기 이불 너무 좋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 자면서 이불이 너무 사각사각 보들보들해서 발을 계속 부비며 잤는데, 모두들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기에 브랜드 라벨을 보기 위해 이불을 뒤집어 깠다(?)
그때 처음 접하게 된 이름, ‘꼬또네’
하-얀 평범한 이불처럼 보이지만, 어떤 원단을 쓰느냐에 따라 색다른 꿀잠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걸 제대로 경험한 날이었다.
그 이후로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온 꼬또네가 며칠 전 나에게 초대장을 보내왔다. 꼬또네를 풍성하게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와 쉼을 선물하겠다며. 초대장을 따라간 곳은 서촌의 구불구불한 작은 골목 끝에 위치한 한옥 스테이인 ‘누정’이었다. 10평도 안되는 작은 숙소에는 ‘쉼’의 도구들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다.
푹신한 침대와 그 위에 정갈하게 깔려 있는 이불, 안에 드는 햇볕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블라인드, 공간의 반을 차지하는 널찍한 돌 욕조, 그 옆에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는 폭닥한 수건과 로브, 소담한 찻잔과 차분한 향의 인센스 등.
나를 찾아 바삐 울리는 휴대폰 속의 수많은 알람과는 너무 상반되는 편안한 느낌이었다. 알람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쉼에 온전히 집중했으면 좋았겠지만..그러진 못했다. 하하. 그래도 욕조에 뜨뜻한 물을 받아 몸을 녹이고, 천천히 차를 우려 짧은 명상도 하고, 책도 몇 페이지 읽어보고, 서촌의 오래된 치킨집에서 사 온 맛있는 치킨도 먹고, 평소보다 일찍 침대에 누워 사각사각하고 기분 좋은 쉼을 경험했다.
그날은 꼬또네의 열 번째 생일날이었는데, 10년째 본질에만 집중해왔다는 꼬또네의 진심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어서 너무 소중하고 감사했던 날이다🤍
고마워요.
